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입학

공대입졸 | 입학-1. 이공계 대학원은 어떤 곳인가? 당신은 왜 대학원에 가려 하는가?

라브 (LAB) 2022. 1. 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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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학 대학원에 입학한 지도 어연 3년.. 이제 나는 박사 수료생이 되었다. 만 3년 간 공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개인적인 일상이나, 소소한 팁을 올리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 상세한 정보를 글로 쓴 적은 없었다. 그래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한 기념으로, 비정기 시리즈로 "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를 연재해보려 한다.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겠지만, 아직 졸업은 못했으므로 졸업 후기는 n년 후에^^…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은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에 대한 내용이다. 대학원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학 전에 내가 정말 대학원에 가고 싶은 게 맞는지, 내 성격과 가치관이 대학원과 맞을지, 좋은 연구실은 어떤 곳인지 등 세심한 조사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대학원은 이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선배 연구자들의 글과 주변 대학원생, 대학원생 출신 직장인 등 여러 사례를 참고하여 최대한 다양한 사례와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지도교수 직속 '랩실'에 다니는 이공계열 대학원에 대해 한정적으로 기술하는 점 양해 바란다.


 

1) 이공계열 대학원은 대체 어떤 곳이길래?

대학원 관련 밈. 출처 인터넷 (..)


위와 같은 밈(meme)이 떠돌만큼 대학원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는 익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 대학원은 뭐하는 곳이길래?

당신이 이공계 대학원에 입학한다는 것은, 여러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중소기업단지에서 한 회사에 취업을 해 다니는 것과 유사하다. 한 회사(연구실)에는 사장(지도교수)과 그 밑에 여러 직원(대학원생)들이 있고, 사장은 간혹 회계나 행정을 위한 외부 인력(행정직원)을 쓰기도 한다. 직원들은 직급(석사/박사)에 따라 일정한 연차가 되거나 실적(졸업요건)을 채우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졸업)할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면 더 낮은 직급(박사 수료 → 석사 졸업)으로 퇴사하거나,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퇴사(자퇴)할 수도 있다. 직원들은 회사에 처음 들어오면 수습 기간(코스웍 기간) 동안 소정의 교육료(등록금)를 기관에 내야 한다. 많은 경우 월급이 교육료(등록금)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지만, 회사에 따라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월급은 회사 재정에 따라 결정되며, 간혹 회사 재정이 악화되면 월급이 깎이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따라 분야와 실적이 다르므로, 회사 재정(연구비) 또한 '랩바랩(lab by lab)'이다. 회사의 실적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사장과 직원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그러한 회사를 다닌다면 개인 역량 또한 올라가 빠듯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빠르게 실적을 채우고 이직을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출퇴근 시간 및 복지는 사장의 인성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위의 비유만 보자면 "뭐야, 대학원 왜 가는 거야 그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회사, 좋은 사장을 만나려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그렇게 해서 실적이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 한들 사장의 인성도 좋다는 보장이 없으며, 간혹 실적도 좋고 인품도 뛰어난 사장을 만났지만 회사 재정이나 직장 동료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비유 중에서 회사와 대학원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가 있다. 바로 대학원에는 "연구 주제"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본인의 연구 주제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해당 연구 주제를 깊게 파고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학원에 간다.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대부분 지도교수가 큰 연구 주제를 가지고 연구실을 운영하며 그 밑의 대학원생들은 세부적인 연구주제를 각자 맡아 연구를 주도해 나간다. 예를 들어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실이 있다고 하자. 이 연구실의 큰 연구 주제는 mRNA 백신 개발이지만, 그 밑의 대학원생들은 세부적으로 각기 다른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특정 항원을 타깃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mRNA 유도체를 합성하고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기존의 mRNA 백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mRNA 유도체를 만들고 있을 수 있다. 또한 mRNA 백신의 전달체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연구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큰 줄기에 자잘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개개인이 서로 다른 연구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세부적인 디테일 없이 큰 연구 주제만을 생각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대학원을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입학을 하고 보면 원했던 연구가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연구와 다르다든지, A라는 연구를 할 것을 생각하고 입학했는데 막상 지도교수로부터 B 연구주제를 받아서 하게 된다든지 다양한 이유로 연구주제에 대해 실망하곤 한다. 이러한 실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그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실은 어디인지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2) 당신은 왜 대학원에 가려 하는가?

연구실을 찾기에 앞서 당신은 왜 대학원에 가려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학사 취업이 어려워서 학위를 받으려고? 연구직을 하고 싶어서? 나중에 교수가 되고 싶어서? 이 연구가 너무 재밌어 보이고 더 공부하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 중 많은 사람들이 도피성 대학원 진학 또는 무작정 학위를 위한 대학원 진학을 만류한다. 이러한 이유의 대학원 진학은 당신의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10년의 세월을 고통받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난 왜 대학원에 왜 왔지..'라는 고민은 석사 1년차부터 박사 말년차까지 모두가 하는 고민이다.

 

이렇게 대학원에 대한 여러 흉흉한 소문과 우려가 많지만, 실제로는 장점도 많다. 취업을 한다면 학위 기간을 경력으로 쳐주기도 하고, job market에는 특정 학위 이상의 지원자만 받는 포지션도 많다. 이미 널리 알려진 지식이 아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지식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다는 점은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얻기 힘든 성취감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트렌디한 연구 주제, 혹은 '돈'이 될 수 있는 연구 주제는 그야말로 터지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로또와 유사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 하지만 이러한 환상만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니 장단점을 적절히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를 바란다.

 

되도록이면 정말 연구가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으면 좋겠다. 도피성으로 대학원을 택해 오도가도 못해 고민하는 것보단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아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이 길어져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는 방법, 좋은 연구실을 찾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기술하려 한다. 실제 내가 주변의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지인들에게 얘기해준 꿀팁들 대방출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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