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입학

공대입졸 | 입학-3. 좋은 연구실이란? 입학 전 점검해야 할 사항, 연구실 정보 얻는 꿀팁

라브 (LAB) 2022. 1. 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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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은 나름 구체적인 연구 주제도 정했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은 지원할 연구실을 찾는 것이다. 이공계 대학원은 대학원 면접만 통과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공대입졸' 시리즈 1편에서 언급했듯, 이공계 대학원은 주로 지도교수 밑의 연구실에 소속되어 다니면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다루는 연구실은 어떻게 찾을까?


1) 내가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다루는 연구실 찾기

일단 가장 편한 방법은 자대(본인이 재학 중인/졸업한 대학) 대학원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대학원에 미리 진학한 친한 선배/동기/후배(가 없다면 미안합니다..)로부터 어떤 연구를 하는지, 교수님께서는 어떤 식으로 연구 지도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출신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가고 싶어서 읽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밑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대학 때처럼 대학의 레벨이 (모든) 연구실의 레벨과 같지는 않기 때문에 대학 네임벨류만 보고 연구실을 정하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연구 주제를 다루는 연구실을 찾는 것이 좋다. 하지만 좋은 대학일수록 연구실 구성원의 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높고, 실적도 높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주로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및 IST 대학원을 위주로 연구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보통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 주제는 본인이 속한 학과(ex. 기계공학과, 전기전자공학과 등)에서 다룰 것이므로 위 대학들의 해당 학과 홈페이지에서 연구실 목록을 찾아본다. 본인 학과와 유사하거나 연구 주제와 관련된 학과의 홈페이지도 둘러보면 좋다. 추가로 요즘에는 융합대학원 등 학부과정 없이 대학원만 있는 곳들도 있으니 다방면으로 알아볼 것을 권한다. 웬만한 연구실들은 연구실 홈페이지가 있어서 해당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최근 어떤 논문들을 냈는지 살펴보면 된다.

신생랩인 경우 해당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이 없어서 교수의 석박 혹은 포닥 시절의 논문을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석사부터 교수가 될 때까지 교수는 동일한 연구 주제만을 연구하지 않는다. 보통 석박때의 연구 주제에서 약간 다른 분야를 섞거나 발전시켜 포닥 때 연구를 하고, 교수에 임용되면 여기에 최신 연구 동향을 반영한 연구 주제를 잡곤 한다. 따라서 교수의 석박/포닥 때 논문을 보고 '이런 분야를 연구하는구나!'라 생각했다가는 전혀 다른 연구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이브레인넷 - 대학원생 모집 카테고리


일일이 많은 대학들의 홈페이지를 찾기 어렵다 하면 하이브레인넷의 대학원생 모집 카테고리(https://hibrain.net/gradstudent)에서 연구실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연구실별, 대학별 대학원생을 모집하는 연구실 홍보가 올라온다. 여기에서 본인 연구 주제의 키워드(ex. 수질,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를 검색하여 최근 공고가 뜬 연구실을 유심히 보면 좋을 듯싶다. 다만 보통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몰려 인기가 많은 연구실은 이런 홍보를 하지 않으니 본인이 해당 분야 최고 연구실에 가고 싶다 하면 참고만 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홍보를 하는 연구실들이 인기가 없거나 무조건 안 좋은 곳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공고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2) 좋은 연구실이란?

대학 레벨이 연구실 레벨과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연구실이 있고 기피되는 연구실이 있기 마련이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자면 연구실마다 실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 분야의 영향도 있겠지만 지도교수의 영향이 매우 크다. 보통 A 대학교에 임용되려면 반드시 A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수능 7-8 등급을 맞는 사람들이 가는 지방의 부실대학이다 하더라도 인서울 대학을 나와 해외에서 박사와 포닥(Post-doc)을 하고 돌아온 스마트한 사람이 교수를 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그래서 대학 이름보다는 지도교수의 연구 능력이 그 연구실의 실적과 연구실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진로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좋은 대학일수록 연구실 구성원들의 능력과 실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왕이면 좋은 대학에서 좋은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이 당신의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좋은 연구실이란 뭘까? '좋은'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모호한 단어다. 계속 언급하는 지도교수의 연구 능력과 실적이 좋으면 좋은 연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적이 좋은 연구실에 들어가서 당신은 연구 천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도교수의 폭언을 견뎌야 할 수도 있고 삼일 연속 밤새는 스케줄을 못견뎌 자퇴할 가능성도 있다. 첫째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물론 연구실의 실적이 맞지만, 당신이 대학원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답게(ㅠㅠ) 살고 싶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더 있다.

좋은 연구실의 3요소 1) 지도교수 2) 인건비 3) 졸업생 현황 / (C) copyright by LABlog


1. 지도교수
지도교수=연구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도교수의 연구 지도 능력은 연구실의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연구 지도 능력과 교수 개인의 연구 능력은 다르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 우리에게는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주로 연구가 그렇다..) 특히 논문을 쓸 때 연구실 동료들도 도와주겠지만, 큰 틀에서 논문 방향과 연구의 진행 방향은 지도교수가 잘 잡아주어야 이상한 길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여 당신의 학위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

또한 지도교수의 인품은 당신의 정신 건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서 정말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인성이 의심되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가령 새벽 세 시에 전화를 하여 연구실에 왜 없냐며 당장 나오라고 하는 교수도 있고, 교수 개인의 사적 업무를 시키는 교수도 있다. 이런 교수들도 있는 반면 정말 학생들을 위해주고 배려해주는 분들도 계신다. 사적인 영역에서의 인품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나는 휴가 기간에 연락 안하는 교수가 최고의 교수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교수님들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다. (과제 제안서 등 기한이 촉박한 일 때문이라면 이해는 한다..만 꼭 저여야 했나요 교수님?)

2. 인건비(=월급)
놀랍게도 대학원 인건비는 상한선과 하한선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금액은 매우 적다. 당신이 금수저가 아니라면 인건비는 당신의 생활과 연구에 영향을 미친다. 코스웍 기간 동안 발생하는 등록금을 인건비에서 충당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여러 이유로 금전적인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건비가 풍족한 연구실에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등록금 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연구 외의 부업을 하다가 연구가 지체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상한선은 석사 월 180만원, 박사 250만원이다. 상한선은 매우 잘 지켜지나 하한선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wet-lab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실험실. 직접 시약,세포, 기계 등을 다루며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보다 dry-lab (컴퓨터만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 일반적으로 컴퓨터공학과의 많은 연구실이나 분자/단백질 모델링하는 연구실 등이 있다.) 이 인건비가 높다. 연구재료에 소모되는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적 한계를 차치하고 같은 분야 안에서도 연구실이 얼마나 '잘 나가냐'에 따라 인건비는 달라진다. 인건비는 교수가 따오는 과제(프로젝트)에서 나오는데, 연구실에서 실적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와 교수(혹은 대학원생)의 보고서 작성 스킬과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냐에 따라 연구실의 과제 규모나 개수에 차이가 발생한다. 즉, 인건비는 연구실의 실적을 대변하는 지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제가 많은 경우, 본인의 연구보다 기업 과제 등 사이드 프로젝트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니 유의하기 바란다.

3. 졸업생 현황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한 당신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혹은 대학생 때 공부를 잘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지 모른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멋들어진 연구를 기가 막히게 해내며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미래를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높은 확률로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고, 당신이 가는 연구실의 평균에 수렴할 확률이 매우 높다.* 당신이 어떤 연구자로 성장할지 알고 싶다면, 가고 싶은 연구실의 졸업생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를 찾아 보기를 권한다. 보통 연구실 홈페이지의 Alumni 카테고리에 졸업생들이 어느 회사에 취업했고, 어느 연구소에 포닥으로 갔는지 나와있다. (없는 연구실들도 많다.) 어느 기업에 많이 취업했나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박사 졸업생들 중 기업체 취업자 수와 포닥/정출연연구소 진출자의 비율을 한 번 비교해보길 권한다. 포닥이나 국공립 연구소로 진출을 많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학계에 기여한 성과가 뛰어나다는 얘기이므로 이것 또한 연구실의 실적을 대변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통계적으로 그렇다. 모두가 분야 상위 1% 학술지에 게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추가적으로 당신이 석박사통합과정 혹은 박사과정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연구실의 평균적인 박사 졸업 기간도 고려함이 좋다. 일반적으로 석사 2년, 박사 4년이 기준이지만 연구 분야나 연구실에 따라 박사 과정 기간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대체로 논문 하나가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분야(ex. 생명공학 분야)는 박사 기간이 꽤 길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좋은' 연구실의 기준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실적이 잘 나오는 연구실
2) 지도교수의 연구 지도 능력과 인품이 좋은 연구실
3) 인건비가 넉넉한 연구실
4) 평균 박사 과정 기간이 짧고 졸업생 진출 분야가 탄탄한 연구실
+) 연구실 분위기가 화목한 연구실 (글에서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실 분위기도 당신의 학위 지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3) 좋은 연구실 찾는 꿀팁 (연구실 내부 정보 얻는 방법)

이제 당신은 원하는 연구 주제에 맞는 연구실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이 연구실이 '좋은' 연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김박사넷(https://phdkim.net/)을 참고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교수님 성함이나 연구실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연구실의 평판이 어떤지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보여준다.

김박사넷-연구실 한줄평 홈


실제로 여기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아래와 같이 오각형과 한줄평이 나온다. 좋은 연구실은 오각형이 고루 잘 나오지만, 좋지 않은 연구실은 오각형의 한쪽면만 부각되어 찌그러지거나 상당히 작은 오각형이 나오기도 한다. 이 밑에 한줄평도 많이 참고하면 좋다. 또한 검색을 하다 보면 교수가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는 한줄평들이 나오는데, 왜 블라인드를 했을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연구실 평가는 충분히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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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연구실이 이렇게 김박사넷에서 평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연구실 평가는 어느정도 평가인원이 모여야 공개가 되기 때문에, 소수 인원이 있는 연구실이거나 신생랩인 경우 평가가 없기도 하다. 이런 경우 연구실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연구실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봄이 좋다. 만약 당신이 해당 연구실이 좋아서 꼭 가고 싶다면 바로 지도교수께 메일을 드려 면담을 잡고, 면담 자리에서 조심스레 여쭤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그 전에 연구실 구성원에게 메일을 드려 보는 것을 권한다. 만약 교수와 면담을 하고난 후 만족스럽지 않다면 해당 학과의 다른 연구실에 컨택을 할 수도 있는데, 이때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 그런 건 아니다. 모 교수님께 컨택했다가 같은 학과 타 연구실에 진학할 경우 대학원 면접 시 해당 교수로부터 유난히 압박 질문을 받았다는 모 지인의 얘기를 들었다.

연구실 구성원 정보는 보통 연구실 홈페이지의 current members 칸에 있다. 여기서 누구에게 메일을 보내면 좋을까? 홈페이지에 현 랩장(방장)이 누군지 나와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나와있지 않다면 타 대학 출신의 박사과정생에게 메일을 드려보는 것이 좋다. 랩장은 해당 연구실의 리더로 어느 정도 고년차의 대학원생이 맡곤 한다. 박사과정생인 경우도 어느 정도 연구실에서 생활을 해보며 적응을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연구실 상황에 맞춰 답변을 자세히 해줄 가능성이 높다. '타 대학 출신'의 박사과정생에게 메일을 드리는 걸 권하는 이유는, 당신 또한 타 대학에서 해당 대학으로 진학을 원하기 때문에 본인과 비슷한 상황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제 메일을 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다. 이정도까지 격식을 갖춰야 하나? 싶을 정도로 최대한 격식을 갖춰서 메일을 보내라. 나 또한 종종 우리 연구실 진학을 원하는 학부생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메일에서 예의범절이 없고 격식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는 컨택도 전에 연구실 내부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해당 연구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배 입장에서 들어올지도 모르는 학생이 이 연구실에 정말 관심이 있고, 꼭 가고 싶다는 인상을 주면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도 최대한 에둘러 표현할 수 있다.

메일을 보냈다고 답장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원하는 답변을 해준다는 보장도 없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잡아봤으면 한다. 나는 실제로 연구실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서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인건비나 연구실 분위기 등 민감한 부분은 답변을 못 들을 수도 있지만 이는 추후 지도교수 면담이나 연구실 인턴을 하며 참고해보자.


이정도로 연구실 찾기까지 과정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필자가 기술하는 내용들은 모두 굉장히 주관적인 경험과 주변 사례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절대적이지 않다. 적당히 참고하며 부디 원하는 연구실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이제 연구실 지도교수님께 컨택하는 방법과 꿀팁 등을 기술할테니 많은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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