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입학

공대입졸 | 입학-2. 내가 하고 싶은 연구 구체화하기, 피해야 할 연구 분야, 최신 연구 동향 파악, 최신 논문 검색하는 법

라브 (LAB) 2022. 1.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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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첫 번째 글에서 간단하게 설명했듯, '연구 주제'는 본인이 대학원에 가는 목적이 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진로 및 적성과도 매우 큰 연관이 있어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막연하게 '나는 반도체 연구를 하고 싶으니까, 연구실 이름에 반도체 적혀있는 곳 아무데나 들어가도 되겠지?'*라 생각하고 입학한다면 본인 생각과 전혀 다른 연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유기 소재를 다루느냐 무기 소재를 다루느냐에 따라서 다루는 물질부터 시작해서 사용하는 기기, 실험 방법, 분석 방법이 매우 달라진다. 취업을 생각한다면 반도체의 구성 요소 중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냐에 따라서도 적합한 직무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연구실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실제로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사람으로부터 들어본 말이다.


1) 내가 하고 싶은 연구 구체화하기

연구를 깊게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어떤 연구가 요즘 트렌드인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내 주변 대부분의 학생들은 1) 막연하게 A 연구가 흥미롭고 재밌어보여서, 2) 학부 전공 수업을 듣다가 전공 교수님이 하시는 B 연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서, 3) 전공 팀플 발표를 위해 최신 논문을 찾다가 C 연구 논문을 발견했는데 이 연구가 상당히 흥미로워 보여서, 4) D 연구 분야가 요즘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연구 주제를 결정하는 듯하다. 사실 나 역시 1번과 3번의 조합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으니 말이다.

1, 2, 3번 케이스처럼 어떤 이유로든 A 연구가 흥미롭고 재밌어보여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해도 괜찮다. (사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되리라 본다.) 관련 연구를 찾아보면서 본인이 생각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으면 된다. 2번 케이스는 구체적인 연구 분야까지 소개를 들었고 그 연구를 하는 연구실도 있으니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일 수 있다. 다만 4번 케이스는 다소 위험한 부분이 있다. 현재 A 사업이 흥행하더라도 석사로 졸업하는 2년 후에 여전히 석사 채용이 활발히 되리란 보장이 없고, 박사는 더욱이나 미지수이다. 따라서 본인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취업만을 위해 연구 분야를 택하는 것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물론 채용도 활황이고 본인의 흥미도 맞으면 상관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이 연구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연구 분야를 찾았다고 하자. 여기서 좀 더 연구 분야를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중 항암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얼핏 보면 구체적인 연구 주제 같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암 종류, 항암제의 특성, 전달체 종류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연구 분야가 나와 있다. 또한 항암제를 직접 합성하는지, 항암제를 in vitro/in vivo 수준에서 실험하며 약물의 체내 기전을 알아내고자 하는지 등 초점을 맞추는 부분에 따라 수행하는 실험과 논문의 결이 달라진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 공부를 할 때는 관련 분야의 최신 리뷰 논문을 읽어보며 연구 분야와 현재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제 대학생이 아니라 대학원생이 될테니, RISS에서 논문 그만 찾고 구글 학술검색을 이용하여 해외 저널의 논문을 읽으며 공부해보자.*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해외 저널과 협약을 맺어서 학내 접속이나 소속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학외 접속하면 해당 저널들의 논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일단 구글 학술검색(https://scholar.google.co.kr/)에 접속한다.


먼저 본인이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되도록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앞서 항암제 개발을 예시로 다시 사용하자면 본인이 직접 항암제 약물을 합성해서 개발하고 싶은지 혹은 항암제의 체내 작용 기전을 규명해내고 싶은지, 그렇다면 어떤 암에 대해 알고 싶은지 정도는 결정하고 검색을 시작해야 한다. 예시로 '나는 항암제 전달체를 개발하고 싶다'고 하면 검색창에 drug delivery system를 검색하면 되는데, 우리는 review 논문으로 공부할 것이기 때문에 뒤에 review를 붙여서 검색해준다. review 논문은 관련 연구 분야의 논문들을 종합하여 해당 연구 분야의 베이스부터 최근 연구 동향까지 review해주는 아주 친절한 논문이다. 보통 이러한 review 논문은 인용수가 높고 광범위한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최상단에 뜨므로 어렵지 않게 찾아줄 수 있다.


위와 같이 검색 화면이 뜨면 나오는 다양한 논문이 나온다. 여기서 본인이 해당 연구 분야에 대해 아예 모르고 세부 연구 분야를 먼저 공부하고 싶다면 최대 10년 이내 (2010~) 논문 중 인용수가 높고, 본인이 원하는 광범위한 정보를 담고 있는 논문을 골라 공부하면 된다. 어느 정도 세부적인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알고 최신 트렌드를 함께 공부하고 싶다면 좌측 상단의 날짜들 중 3년 전 날짜부터 검색한다. 최근 1년 간 게재된 논문들로 보면 더욱 좋지만, 분야에 따라 괜찮은 최신 리뷰 논문이 안 나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넉넉잡아 3년으로 한다.


이렇게 뜨는 논문들 중 나는 주로 인용수가 높고, 저널명 + impact factor를 검색해봤을 때 비교적 신뢰성 있는 저널에 게재되었다 판단되는 논문들을 읽으며 공부했다. 최신 리뷰 논문들은 비교적 최신 연구 동향과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여전히 challenge가 남아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정보가 나온다. 연구실 선정하기 전까지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공부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세세하게 공부하면 본인이 원하는 연구 분야와 딱 맞는 연구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실 컨택이나 자기소개서 등에서 이 분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묻어나올테니 합격 확률은 올라간다고 확신한다. 물론 학부 수준에서 이렇게 자세히 공부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대략적으로 어떤 분야로 나뉘고 특히 최근에 어떤 분야 연구가 나오는지 정도만 파악해도 좋다.

2) 대학원 진학 시 피해야 할 연구 분야 3가지

이제 관련 연구실을 찾으면 될까? 아니다. 아무리 흥미로워 보여도 현재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지,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고인물밖에 남지 않은 분야는 아닌지 반드시 체크해보아야 한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는 새로이 연구할 분야가 없거나, 있어도 대부분 학계에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아마 누군가가 해보다 실패해서 관둔 주제일 확률이 매우 높다.

대학원 진학 시 피하면 좋을 연구 분야 3가지 / (C) copyright by LABlog


아무리 본인의 흥미에 맞더라도 위 3가지 주제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연구하기에 부적합한 부분이 있다.

1.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가 많이 진행된 연구 분야
: 앞서 말했듯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새로이 연구할 주제가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굉장히 challenging한 주제만 남아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challenging한 주제는 성취감이 있겠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해보여도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거나 결과를 내기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간을 들인 만큼 성공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또한 본인이 생각한 연구가 이미 진행됐을 확률도 높다.

2. 최신 논문이 유사 분야에 비해 적게 나오는 분야
: 이 항목은 반도체 분야와 생명공학 분야 이렇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전혀 다른 분야를 비교하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비교를 해보아야 한다. 이 또한 1번의 경우와 유사하게 어떤 연구 주제는 이미 많은 연구가 몇 해 전에 끝나 더이상 임팩트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트렌디한 연구 분야는 최신 논문들이 높은 IF (Impact factor, 피인용지수)를 갖는 저널에 상당수 게재된다. 그렇다면 트렌디한 연구 분야는 어떻게 찾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리뷰 논문을 읽고 최근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리뷰 논문을 이해하며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시간이 소요된다면 100%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연구 분야 키워드를 최근 3년 기간을 잡고 검색하여 나오는 논문들의 제목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키워드를 유심히 보는 방법이 있다. 위의 예시에서 'drug delivey system'을 검색했을 때 최상단에 나오는 논문의 핵심 키워드를 보자.

(C) copyright by LABlog


최상단으로 뜬 논문의 제목에서 핵심 키워드는 'chemoimmunotherapy'였다. 기간 설정을 2019년부터 1년 단위로 나누어 봤을 때 2019년 2850개, 2020년 3720개, 2021년 4580개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출판되는 논문의 수가 점점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것만 보고 이 분야가 트렌디하고 유망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활발히 연구가 진행중인 분야임은 알 수 있다. 다른 키워드들도 검색하여 비교해보면서 어떤 분야가 더욱 활발히 연구되는지 파악하면 좋겠다. 학계에서 떠들썩한 연구 분야라면 논문 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나오는 논문들이 활발히 인용되고 출판되는 논문의 저널도 높은 IF를 가질 것이다. 검색한 키워드의 논문들의 인용수가 어느 정도인지, 게재된 저널의 IF가 동일 분야에서 상위 몇 %인지도 확인하여 비교하면 좋다.*

*게재된 저널의 IF는 '저널명 + impact factor'만 구글에 검색해도 웬만하면 금방 나온다.

즉, 최신 연구 동향을 찾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광범위한 연구 주제를 구글 학술검색에서 최근 3년~1년으로 한정하여 검색해본다.
2) 검색한 키워드를 제외하고 논문들 중 핵심 키워드나 여러 논문들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를 찾는다.
3) 해당 키워드들로 최근 논문을 검색해보고, 나오는 논문들의 인용수나 저널 수준을 파악하여 판단한다.

3. 검증이 되지 않은 연구 분야
: 너무 연구가 되지 않아 널리 알려진 지식도 없고, 이제 막 연구되기 시작한 주제라면 일단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을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연구 주제는 먼저 시작하여 연구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알려진 게 너무 없기 때문에 교수들도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연구 방향에 대해 적확한 조언을 듣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박사를 졸업하고 어느정도 연구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포닥이나 교수로 임용될 때 이러한 연구 주제를 시도해보는 건 좋겠지만,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려는 대학원생에게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입학도 전에 논문 쓰듯이 너무 구체적으로 연구 주제를 잡을 필요는 없다. 다만 여기서 권하는 점은 본인의 연구 방향은 본인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리튬 이온 전지 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대학원에 지원하는 사람보다는 '리튬 이온 전지의 성능 향상을 위해 rechargable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지원하는 사람이 본인이 생각한 연구를 할 확률이 높아지니 말이다.



원래는 좋은 연구실 찾는 방법까지 한 글에 기술하려 했는데, 연구 주제를 찾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하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이렇게 글 하나를 마쳐야 할 듯싶다. 다음 글에서는 좋은 연구실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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