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재학

공대입졸 | 재학-1. 이공계 대학원에서의 하루 엿보기 - 연구 설계, 실험, 논문 작성

라브 (LAB) 2022. 3. 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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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학원에 입학한 당신, 축하한다. 이미 알다시피 이공계 대학원은 대부분 지도교수의 연구실에 속하여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낸다. 어떤 연구실은 출퇴근 시간이 9 to 9, 10 to 10으로 정해져있기도 하지만 특별한 출퇴근 시간이 없이 완전 자율에 맡기는 연구실도 있다. 전자와 후자 중 어떤 연구실이 더 생산적인지 묻는다면, 정말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열정과 의지, 연구 역량, 맡고 있는 연구 주제의 수에 따라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이 같은 연구실 내에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이란 건 무엇일까? 연구실에서 하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이공계 대학원생으로서 해야 하는 일들을 입학 전 미리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대학원에 온 목적, 연구실에서는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란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연구'의 정의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하자. 먼저 기존의 코로나19 치료제들의 매커니즘과 구조를 보고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구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화합물들을 합성하여 화합물들은 잘 합성이 되었는지 물성을 분석하고, 세포 수준(in vitro) 혹은 쥐 같은 동물 모델(in vivo)에서 효능이 있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반도체의 전도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dopant를 개발한다고 하자. 개발하려는 dopant를 합성했다면 어떤 식으로 합성했는지 물성 분석이 필요하며 전도성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 기존보다 나은 게 맞는지, 다른 성능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등 단순히 기존보다 나은 무언가를 개발했다가 끝이 아니라 그 외 이슈가 될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 또한 모두 증명해야 하나의 논문이 나온다.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크게 연구 설계, 실험, 논문 작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아래 세 과정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 후 다시 연구 설계로 돌아가기도 하고, 논문 작성을 하다가 실험을 하는 등 세 가지 과정은 reversible하며 반복된다.

 

연구의 3요소 / (C) copyright by LABlog

 

1) 연구 설계

가령 '내 방은 왜 이렇게 먼지가 빨리 쌓일까'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하자. 사실을 관찰한 결과 '내가 자주 청소를 안해서'였음이 밝혀졌다고 하자. 이런 내용이 논문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될 수 없다. 연구란 일반적으로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내 방은 왜 이렇게 먼지가 빨리 쌓일까에서 출발하여, '그럼 다른 집도 비슷한 평수에 나와 비슷한 주기로 청소를 하면 먼지가 똑같이 이만큼 쌓이는 걸까? 먼지는 청소를 하지 않을 때 초당 몇 g 만큼 쌓이는 걸까?'를 연구해서 적절한 실험 방법과 분석이 행해진다면 "먼지가 쌓이는 속도와 청소 주기의 상관 관계"에 대한 논문이 나올 수 있다. 먼지가 쌓이는 속도를 알게 되면 청소 업체들이 해당 사실을 활용하여 청소 도구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즉, 내가 궁금하다고 모두 연구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이 연구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관심 있는 연구 분야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어떤 것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연구들을 진행해왔는지 검색하고 정리해야 한다.

 

또한, 내 연구가 정말 기존의 이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타당한지도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이론과 대비되는 방향으로 연구를 설계한다면 여러모로 매우 힘든 대학원 생활이 될 것이다. 기존의 이론에 부합하는지 조사하고 공부하는 과정 또한 연구 설계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연구 주제를 증명해내기 위해서 어떤 실험들이 필요한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나와 같은 분야 논문들이 본인들의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어떤 실험들을 했는지 선행 연구들을 읽어보아야 한다.

 

 

2) 실험

설계가 완벽히 끝난 다음에 실험에 돌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학원에서 가장 많이 깨닫게 될 점은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각종 선행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A와 B를 1:1 mixing한 AB가 최고의 성능을 나타낼 것이다! 라는 연구 주제로 연구 설계까지 완벽하게 한 후 실험을 해보면 예상과는 다르게 AB는 A나 B보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연구 주제를 잡고 실험을 시작하더라도 실험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 나중에 보면 논문 주제가 처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실험을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구 주제의 방향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3) 논문 작성

어느 정도 실험 데이터가 쌓였다면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논문 작성은 단순히 내가 한 연구가 왜 필요한지(introduction), 내가 이 연구를 어떻게 했고(experimental section),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results), 어떤 의미를 갖는지(discussion) 등을 글로 정리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실마다 다르긴 하나 보통 논문에 들어가는 schematic illustration, 논문 데이터 figure를 논문을 작성하는 본인이 직접 그리고 다듬는다. 논문의 내용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관련 선행 연구를 reference로 삽입하는데, 적절한 문장에 적절한 reference를 찾는 것도 논문 작성 과정 중 하나다. 또한, 논문을 저널에 투고하고 운이 좋다면 revision을 하게 된다. 추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revision이란 내가 투고한 논문을 읽어본 익명의 reviewer들이 논문에서 부족한 점 혹은 부족한 실험 데이터 등을 지적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하기도 한다. 즉, '논문 작성'이라는 일은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figure 그리기, reference 찾기, 추가 실험 등 많은 과정을 수반한다.

 

 


 

이번 글에서는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았다. 막연히 실험하고, 논문 쓰는 게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내면에는 훨씬 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연구에 직접적으로는 관련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관련된 일들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다음 글에서 간단하게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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