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입졸 | 재학-3. 대학원 신입생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신입생 때 하는 일, 신입생 때 해두면 도움이 되는 일

 

연구실에 출근하는 첫 날, 신입생은 무엇을 하게 될까? 사수나 랩장이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고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연구실 구성원들은 이미 바쁘다 보니 신입생이 오더라도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병풍처럼 어색하게 앉아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실 분위기마다 다르겠지만 연구실 공통 업무 인수인계, 청소 등 꼭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 선배들이 연구에 관련된 할 일을 주지 않거나 실험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필요한 실험 등을 알려주더라도 시간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시간은 많고 지식은 적은 신입생 때 하면 도움이 되는 일을 소개해주려 한다. 또한, 연구실 공통 업무에는 무엇이 있는지 미리 파악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대부분 실험이 시간과 순서가 있기도 하고, 첫 날부터 많은 실험을 가르쳐주면 기억을 잘 못하는 걸 알기에, 여러 날에 걸쳐 연구에 필요한 실험을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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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생 때 하게 되는 일: 연구실 공통 업무 (랩 규칙, 랩 듀티, 청소 등)

먼저 신입생 때 반드시 하게 되는 일은 연구실 공통 업무다. 연구실마다 청소, 폐기물 처리, 랩 듀티(랩 잡) 등 연구실 인원이 나누어 하는 일들이 있다. 수평적인 분위기의 연구실은 연차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이런 공통 업무를 나누지만, 수직적인 분위기의 연구실은 저년차나 석사과정생에게 공통 업무가 과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실 공통 업무는 연구실 구성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인 경우 그러한 공통 업무의 부당한 과중을 항의할 수 없을테니 신입생이라면 일단 업무를 해내거나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연구실 공통 업무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청소 및 폐기물 처리, 랩 듀티(랩 잡) 등이 있다. 청소 및 폐기물 처리는 좁게는 실험실 내부 청소 및 화학/의료 폐기물 처리부터 넓게는 공부방 청소 및 쓰레기통 비우기까지 연구실마다 공통 업무로 잡는 범위가 다양하다. 실험실 내부 청소는 단순히 바닥을 쓸고 닦는 것만이 아니라 실험대, 후드, 냉장고 등 공용 공간 청소까지 포함되곤 한다. 이때 청소를 하다 보면 개인 공간에 쓰레기처럼 보이는 소모품들을 청소 담당이 버리곤 하는데, 주인이 '그거 쓰레기 아닌데..'하는 일들도 종종 있다고 하니 신입생인 경우 특히 남의 자리 쓰레기는 막 치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연구실에서 나온 각종 폐액, 고체 폐기물, 의료 폐기물 등은 일반 쓰레기와 별도로 폐기 처리를 하기 때문에, 대학/건물마다 그런 폐기물을 모아두는 공간이 따로 있을 것이다. 연구실에서 나온 폐기물을 폐기물 저장 창고로 이동시키는 것 또한 연구실 공통 업무다.

 

 

랩 듀티는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연구실 내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비 및 비품들의 관리나 주문, 연구실 청소 등에 관한 일을 각자 나누어 맡는 것이다. 연구실마다 하는 실험이나 다루는 장비가 다르기에 랩 듀티는 연구실마다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실이라면 mouse, rat 등 개체들의 관리 및 관련 비품 주문이 듀티에 포함되겠지만, 세포 실험을 하는 연구실이라면 세포 관리, 세포 실험 관련 비품 관리 등이 듀티에 포함될 것이다. 이 또한 수직적인 분위기의 연구실에서는 저년차가 상대적으로 몸이 고단하거나 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 듀티를 맡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구실 세미나 준비, 회계 처리 등 다양한 일이 공통 업무로 분배될 수 있다. 연구실마다 얼마나 많은 일을 신입생에게 맡기는지는 정말 랩바랩이다. 연구실 정돈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비품이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경우를 트집 삼아 여전히 집합을 하는 연구실이 있기도 하고, 연구실 내에서 후배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연구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연구실은 될 수 있으면 반드시 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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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입생 때 해두면 도움이 되는 일: 개인 연구 디벨롭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끝내면 시간이 남을 것이다. 이때 아마도 사수가 본인의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고, 앞으로 당신이 이끌어나갈 연구주제와 관련된 실험들을 알려줄 것이다. 추후에 본인이 할 연구 주제와 100% 똑같은 실험은 아닐 수 있지만 대부분 쓰이는 시약이나 조건만 조금씩 다를 뿐 실험 장비 사용법이나 실험 방법 등은 계속 반복해서 할 가능성이 높으니 이때 잘 배워두어야 한다. 인턴 관련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수가 실험 방법 등을 알려줄 때 그냥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만 있지 말고,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해두는 것이 좋다. 처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해두더라도 추후 혼자서 100% 정확하게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본인이 혼자 '이렇게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실험하지 말고, 반드시 조금이라도 헷갈리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사수에게 물어본 후 진행하기를 바란다. 연구실에는 위험한 시약도 많고, 고가의 실험 장비도 많기 때문에 혼자 임의로 실험을 하다가 장비를 고장내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수라면 이 실험을 왜 하고, 이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를 얻어서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알려주겠지만 단순히 실험 방법만 알려줄 수도 있다. 신입생 때 실험 하나를 배우면 그 실험의 원리가 무엇인지, 그 실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반드시 공부해보기를 바란다. 연구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푸는 방법만 아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해당 문제에 내재된 원리와 배경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야 그게 본인의 지식과 밑받침이 된다.

 

실험 방법.. 메모..

 

사수가 알려주는 실험도 배우고, 혼자 실험에 대해 공부해보았다면 마지막으로 본인 연구 주제에 대해 공부할 일만이 남았다. 연구 주제 공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연구 주제의 이론에 관한 공부와 연구 주제의 최신 동향에 관한 공부다. 전자는 간단하게 말해서 유체역학, 열역학 등 본인 연구 주제와 크게 관련된 이론서를 공부하는 것이고, 후자는 본인 연구 주제에 관련된 리뷰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다. 학부 때처럼 이론서를 통째로 공부할 필요는 없고, 본인 연구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 간단히 복습하는 식이면 좋다. 중요한 건 본인 연구 주제에 관련된 리뷰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다. 최신 리뷰 논문에는 오래된 이론서에는 없는 연구 주제 관련 최신 동향이 가득하며 세부적인 배경지식까지 떠먹여주기 때문이다. 처음 리뷰 논문을 보면 100개가 넘는 reference와 다양한 연구 소개에 아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뷰 논문에 소개된 모든 논문을 읽어보지는 않아도 된다. 배경 지식을 공부하고 최신 동향 트렌드 정도만 파악한다는 느낌으로 리뷰 논문을 접하면 좋다. 

 

본인의 연구 주제를 교수님께서 디테일하게 정해주시지 않는 경우 연구실 선배들과 많은 얘기를 하며 방향을 잡아야 하고, 본인이 논문을 공부하며 연구 주제를 잡아야 한다. 신입생 때는 실제로 결과를 내는 실험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논문을 검색하고, 읽고,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이때 공부한 지식들이 꽤 오래 남으니 대학원에 들어오기로 한 열의를 가지고 본인의 연구 주제에 관해 전문가가 될 준비를 천천히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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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모든 걸 해도 연구실에서 시간이 남는다면 적당히 공부하는 척 하면서 쉬길 바란다. 할 일을 마친 뒤 퇴근이 가능하다면 운동을 주 2-3회 정도는 하기를 권장한다. 석박사통합과정인 경우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학위 생활을 하는데 체력이 필수 요소다. 신입생 때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자진해서 하기보다는 워라밸을 챙기며 본인 체력을 어느 정도 다져놓는 게 필요하다. 논문을 쓰거나 리비전(revision)을 할 때면 쉬고 싶더라도 밤을 새고 주말 내내 연구실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이때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어려우니 미리미리 이때 쓸 체력을 비축해두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위 과정은 꽤나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멀리 보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