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입학에 관련된 글이 마무리 되어 간다. 면접까지 마무리하고 합격 통지를 받았다면, 아마 입학 전까지 길면 3개월, 짧아도 1개월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맘껏 놀라고도 하고, 여행, 영어 공부 등을 권한다. 이 글에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대학원 합격 후 입학 전 해야 하는 일을 차근차근 알려줄 예정이다. 아래 세 가지 일을 마쳤다면 남는 시간 동안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1) 컨택한 연구실 지도교수님께 연락
지극히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합격 통보를 받는 즉시 지도교수께 연락을 취해야 한다. 간혹 합격 후 행정 절차에 따라 지도교수가 배정이 되고 본인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합격하면 당연히 등록금을 내고 해당 연구실로 출근하면 되는 줄 알겠지만 다양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좋다. 합격하더라도 컨택한 연구실에 진학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진학하더라도 연구실 출근 날짜 등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진학할 연구실의 지도교수께 연락을 드릴 때는 그럼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는가? 우선 (교수님도 아시겠지만) 본인이 합격을 했음을 알리고, 연구실 배정과 관련하여 만나 뵙고 얘기를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기를 권한다. 교수님께서 바쁘신 경우에는 연구실 방장을 연결해주거나 메일로 연구실 배정 및 출근에 대해 얘기를 하겠지만, 대부분은 컨택 만남과 같이 만나서 (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 연구를 할지, 언제부터 출근은 가능한지를 조정할 것이다. 일종의 구두 노예근로계약서를 쓰는 순간이라고 할까? 또한 컨택 당시 연구실을 보여주지 않은 경우에는 연구실 배정 관련 면담을 하면서 연구실 학생들에게 본인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두 군데 이상 연구실에 지원하여 두 군데 모두 합격했을 경우, 진학한 연구실은 물론 진학하지 않을 연구실에도 연락을 드려야 한다. 왜냐하면 해당 연구실에서도 입학 티오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비슷한 분야의 연구실을 지원하는 터라, 진학하지 않더라도 학회에서 마주치거나 교수님들 간 친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진학하지 않을 연구실이라고 쌩까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정중히 본인이 왜 진학하지 않게 되었는지 그 사정을 설명드린다면 충분히 이해하시니, 죄송하다고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예의 바르게 연락을 드리기 바란다.
2) 연구 주제 관련 전공 복습
연구실 배정과 출근 날짜가 정해졌으면, 그 전까지 가볍게라도 본인 분야와 큰 연관이 있는 전공 과목을 복습하는 것이 좋다. 입학 후에 연구실에 출근하면서 학부 과목보다는 논문과 실제 실험 위주로 공부할 것이라 생각해서 학부 전공 과목 책을 모두 버리거나 후배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보다 학부 전공책이 결정적인 순간 필요하기도 하다. 또한 대학원 수업 교수님들께서는 대학원생들이 학부 과목을 이수했으니 해당 내용들은 머릿 속에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수업을 하신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필요한 순간마다 복습을 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보다 논문 리딩, 실험, 분석, 대학원 과목 공부 등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학부 전공 과목 공부가 뒷전이 되기 일쑤다. 그러므로 시간이 많은 지금 가볍게라도 복습을 하며 머릿속에 다시금 전공 내용을 익혀두는 것을 추천한다.
3) 영어 공부 (영어 독해력과 쓰기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영어 공부다. 사람마다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 다르므로 모든 신입생들에게 영어 공부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본인이 객관적으로 영어로 된 논문을 읽기 어렵다거나, 10 분 이상 영어 발표 ppt의 대본을 짜기 어려울 정도로 reading/writing이 부족하다면 영어 공부를 하기 바란다. 이공계 대학원에서 읽는 논문의 99%는 영어로 된 논문이고, 본인 또한 영어로 논문을 작성할 것이다. 전공 복습은 정말 만에 하나 본인 연구에 중요하다면 시간을 쪼개 벼락치기를 할 수도 있지만, 영어는 벼락치기가 되질 않는다. 하물며 언제까지 구글 번역, 파파고의 도움만 받으며 논문을 읽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논문을 쓸 때 항상 100% 본인의 능력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한글로 쓴 내용을 파파고에 그대로 넣어 나온 영문 내용을 복붙해서 작성하는 식은 안 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한글 표현보다는 영어 표현이 더 익숙할 정도로 영어로 된 논문을 많이 읽을 것이다. 처음에는 일상 표현에서는 나오지 않는 낯선 단어들이 나와 논문이 읽기 버거울 수도 있는데, 이는 괜찮다. 전공 분야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은 논문을 읽을 수록 숙지가 된다. 다만 문장 구조가 이해가 안 된다든지, 문법 해석이 안 된다든지 등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reading이 안 되는 경우는 반드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부족한 부분이 다르고, 나는 영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원 입학 전까지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영어 기사를 해석 없이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정도로는 읽어야 한다. 이는 논문 읽을 때 잘못된 문법 지식이나 독해력에 의해 논문 내용을 잘못 이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한 번 논문을 잘못 읽기 시작하면 잘못된 지식이 쌓일 수도 있으니, 꼭 영어 독해력은 어느 정도 쌓아두고 연구실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결국 공부하라는 소리만 하는 듯하여 잔소리 같겠지만, 2번과 3번은 내가 '입학 전에 좀 더 공부해둘걸'하고 후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해외 학회를 못 가는 상황이어서 영어 공부에서 reading과 writing만 강조했지만, 실은 speaking 또한 입학 전 익혔으면 한다. 해외 학회에 나가 본인의 연구를 설명하고, 다른 연구자들과의 커넥션을 쌓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사 소통은 되어야 하니 말이다. 다만 입학 후에도 이러한 공부는 할 시간이 있으니, 너무 입학 전에 완벽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조금 벗어두고 자유를 즐기기를 바란다. 이제부터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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