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대학원 입시의 시작, 입학 지원서 제출이 남았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입학 지원서에는 경력부터 연구 계획까지 쓸 내용이 굉장히 많고 다양하다. 따라서 가고자 하는 대학원의 입학 지원서는 가능한 미리 다운 받아서 작성하는 것을 권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미 컨택 메일에 입학 지원서의 내용 중 일부 항목(자기소개, 지원 동기, 연구 계획)을 별도의 자기소개서 파일을 만들어 첨부했기 때문에, 입학 지원서 작성 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보통 대학원 입시 홈페이지의 자료실에 있다.
1) 대학원 입시, 스펙이 중요한가요?
대학원 입시는 출신 대학, 학점, 연구 경력 등 '스펙'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아닌가요? 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학계에서는 이럴 때 통용되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데, 바로 '대바대', '대학원 by 대학원'이다.* 대학(원)마다 스펙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정도가 다르다. 당연히 스펙은 좋을 수록 좋고, 알음알음 전해져오는 합격 통계보다 낮은 스펙을 가진 경우 합격 확률은 극히 낮다. 단, 극히 낮다는 말은 0이 아님을 의미한다. 즉, 대학원 입시는 대학 입시에 비해 경쟁률이 적고 특수성을 띄는데, 개인의 역량이 스펙을 뛰어넘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사 단어로 '랩바랩'이 있다. 랩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는 뜻.
솔직하게 터놓고 말해보자. 당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입결의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그보다 더 낮은 입결의 대학의 대학원으로 입학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지 않은가. 대학원을 가고자 마음 먹었을 때 어느 정도 '네임벨류'가 있는 대학에 가려 할 것이다. 왜냐? 왠지 학교의 시설이나 연구 환경도 더 좋을 것 같고, 지도 교수와 연구실 구성원의 역량도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니까. 이렇게 당신이 대학의 수준을 평가했듯이, 대학(원)도 당신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스펙이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당신의 출신 대학이, 당신의 학점이, 당신의 연구 경력이 입학 지원서를 쓰고 있는 당신의 현재 모습을 100%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 지원서에서 당신의 지원 동기부터 연구 계획까지 다양한 요소를 물어보는 것이다. 아무리 입학 지원서를 잘 써도, 면접을 잘 봐도 스펙 때문에 떨어질 것이 염려된다면 당신이 가고자 하는 학부 대학원 연구실 홈페이지들을 들어가보라. 연구실 구성원 혹은 졸업생들이 모두 그 대학 출신인가? 낮은 입결의 대학 출신이 한 명도 없는가?당신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이라도 발견한다면, 당신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없다면 미안하지만 눈을 낮춰보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이 단계까지 오기 전에 이미 당신이 해당 대학원의 교수와 컨택을 하면서 대충 합격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컨택 관련 글에서도 기술했듯 컨택에 실패했다고 대학원 입시에 100%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컨택에 성공했다고 대학원 입시에서 100%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가능한 입학 지원서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써보자.
2) 대학원 입학 원서 쓰는 꿀팁
입학 원서는 크게 자기소개와 연구계획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써야 하는 항목은 대학원마다 다른데, 예시로 서울대학교 입학원서는 아래와 같은 항목들로 구성된다.
이름이나 학력, 연락처 등을 제외하고 기술해야 하는 부분들은 특별한 분량 제한이 없이 대략적으로 칸이 나뉘어 있다. 항목 별 분량이 있는 경우는 그에 맞게 기술하면 되지만, 이렇게 분량 제한이 없는 경우 나는 보통 500-1500자 사이로 기술했다. 그럼 이제 각 항목 별로 작성 팁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1. 경력: 괄호 안에 대학생활 또는 직장활동 상황이라고 나와 있다. 학부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이라면 대학생활 중 학생회, 동아리 임원, 대외활동 등의 경력을 작성하는 게 물론 좋지만, '연구 참여 경력'을 기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꼭 논문을 쓰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않아도 된다. 학부 과목들 중 연구 분야와 관련된 실험 과목에서 실험을 한 것도 작성해도 되고, 산업기사 등 연구와 관련된 자격증을 기술하여도 된다. 경력을 작성하라고 했다고 단순히 '내가 이렇게 많은 걸 했어요'라고 모든 경력을 하나하나 나열하기보다는 연구와 관련된 것만 기술해도 충분하다. 단, 학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했다면 연구와 관련이 없더라도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몇 년 간 수행했는지 이력서 쓰듯 기술하면 된다.
2. 지원동기 및 장래계획: 지원동기를 꼭 연구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는 것마냥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간결하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을 살려서 '진정성'을 보이는 편이 좋다. 여기서 지원동기를 간혹 '왜 대학원을 가고 싶은지'를 적어야 하는지, '왜 ㅇㅇㅇ 교수 연구실에 가고 싶은지'를 적어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다. 전자도 좋고 후자도 좋지만, 가장 적절한 건 그 둘의 중간이다. 자기소개서의 우측 상단 부분을 자세히 보면 '2) 희망 전공 분야' 칸이 보일 것이다. 여기에 적은 당신의 희망 전공 분야(ex. 단백질 분자 모델링, 이차 전지 소재 개발 등)를 왜 연구하고 싶은지를 적는 게 가장 좋다. 너무 디테일하게 적으면 연구계획서에서 할 말이 없어진다. 지원동기에서는 간략하게 '이 연구 분야를 왜 연구하고 싶은지'를 적고, 추후 나오는 연구계획서에서 해당 연구 분야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기술하는 걸 권한다.
여기서 말하는 장래 계획은 대학원 이후의 계획을 말한다. 결국 이것 또한 '왜 대학원을 가고 싶나요?'의 연장선이다. 따라서 지원동기와 굳이 구분하여 적을 필요 없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관련 연구소에서 이 분야를 더 연구하고 싶다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 좋다.
3. 성격의 장단점 및 특기: 이것도 대학 자소서나 취업 자소서와 유사하다. 장점은 '연구'와 관련하여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을 적고, 단점은 단점 같아보이지만 단점이 아니거나 극복 가능한 단점을 적어야 한다. 연구와 관련된 장점으로는 성실함, 끈기, 창의성, 적응력, 협업능력(친화력)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특기 또한 연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기를 적으면 좋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해외에 살다 와서 영어를 매우 잘한다면 영어 능력이 뛰어나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도 가능하며 논문을 쓸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므로, 이런 점을 부각하여 작성하면 좋다.
4. 상벌사항: 상벌사항에는 경력에 쓰기는 뭐하지만 나의 성실함이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항들을 기술하면 좋다. 예를 들면 연구 분야와 무관한 수상내역, 성적 장학금 수혜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았음을 보여주면 좋다. 단, 가능하다면 증명이 가능한 사항들 위주로 적는 게 좋다.
5. 기타(특기사항): 기타에는 지금까지의 질문들과 크게 연관이 없지만 본인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을 기술하면 된다. 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여기까지는 자기소개서 파트였다. 자기소개란 말 그대로 나를 어필하는 내용을 맘껏 적는다 생각하면 된다. 이제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연구계획서는 그럼 어떻게 적어야 하나? 본인 어필보다는 '연구자적 면모'와 '전공 분야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좀 더 드러내어 적으면 좋다.
1. 석사∙박사 진학 시 희망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희망 연구 분야는 자기소개서의 지원 동기와 유사하다. 앞서 말했듯이 지원동기에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를 적으면 좋다. 예를 들어 지원 동기에서 '이차 전지 소재 개발을 하고 싶다'고 적었다면, 희망 연구 분야에서는 조금 더 세부적으로 '고분자를 이용한 이차 전지 소재 개발을 하고 싶다'고 적는 식이다. 이렇게 적기 위해서 당신은 1) 현재 이차 전지 소재에 어떤 것들이 있고, 2) 현재 소재들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3) 그 중 고분자를 사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서 이를 이용한 연구를 하고 싶은지 적어야 한다. 즉, 해당 연구 분야에 대한 background를 탄탄히 공부해야 하고, 그걸 지원동기에 녹여내는 식이다.
연구계획은 당신이 해당 연구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어떤 실험들을 수행할지 기술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연구적 태도를 보는 질문이다. 예를 들면 주변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연구를 진행할 것이고, 틈틈이 관련 논문들을 찾아 읽는다는 등 해당 연구분야의 연구를 위해 어떤 태도로 연구를 해나갈 것인지 기술하면 된다.
2. 학부, 대학원 이수 전공과목 중 관심과목: 학사 졸업생은 학부 전공 과목 중, 석사 졸업생의 경우 학부 및 대학원 이수 전공 과목 중 관심과목에 대해 기술한다. 단, 그 과목은 당신이 앞서 기술한 희망 연구 분야와 깊은 연관이 있어야 한다. 그 과목이 당신이 해당 연구 분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왜 그 과목이 흥미가 있는지, 그 과목에서 배운 것들이 연구에 어떤 도움이 될 건지 등을 흐름에 맞게 기술하면 된다.
3. 석사∙박사 이후의 계획: 자기소개서의 장래계획과 유사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대학원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는 건 결국 '대학원을 오려는 목적이 뭐냐?'와 같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의 차이는 '본인 어필'이냐, '연구자적 지식 어필'이냐다. 이 부분은 연구계획서의 부분이므로, 보다 연구 분야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섞어 기술하면 좋다. 여기서 석사 지원자들은 보통 취업을 생각하고 대학원에 지원을 할텐데, 선뜻 '취업할 겁니다'를 적기가 꺼려질 수 있다. 왠지 학계로의 진출을 적어야 뽑힐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것도 적기 나름이다. '관련 회사에 취업하여 희망 연구 분야와 관련된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 '관련 회사에 취업하여 실제 산업 현황에서의 고충과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추후에 해보고 싶다' 등 충분히 '회사에서만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면 좋다.
4. 비고(기타): 이것도 자기소개서의 비고와 유사하게 수학 및 연구계획 관련하여 작성하지 못했지만 작성하고픈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공란으로 두어도 무관하다.
5. 연구실적 목록: 실험 및 전공 과목에서 작성했던 보고서도 좋지만, 가능하면 외부 프로젝트나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 등 증명 가능한 형태의 연구실적이 있다면 더욱 좋다. 단, 연구실적 목록의 연구실적들을 증빙 자료로 제출해야 하니 증명 가능한 연구실적(ex. 프로젝트 보고서 모음집, 수상내역 등)을 기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학원 입시에서 스펙은 중요하다. 하지만, 입학 지원서에서 스펙을 뛰어넘는 당신의 잠재력 및 기량을 뽐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 중 굳이 따지자면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할까? 단연 연구계획서다. 연구계획서에는 당신이 연구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담아야 한다. 위의 팁들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처럼 참고만 하고 본인만의 이야기를 담은 입학 지원서를 작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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