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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입졸 | 입학-11. 신생 랩의 장단점, 젊은 교수님들은 과연 꼰대가 아닐까?

라브 (LAB) 2022. 3.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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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랩은 일반적으로 연구실이 생긴지 3 년이 채 안 된 신생 연구실을 일컫는다. 대학원을 가기 위해 연구실을 알아보다 보면 '신생 랩은 안 된다'는 조언을 많이 접할 듯하다. 신생 랩인 경우 랩 세팅을 직접 해야 하며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가 많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 연재를 시작한 <대학원 탈출일지>의 최근 화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신생 랩은 단점만 있는 걸까? 

 


1) 신생 랩의 단점

먼저 랩 세팅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려 한다. 랩 세팅이란 연구실을 연구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최적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랩 세팅은 크게 물적 인프라와 인적 인프라 구축 두 분야로 나뉜다. 물적 인프라란 말 그대로 연구에 필요한 장비, 비품, 시약 등을 구매하고 때로는 장비 설정을 optimization하는 것을 말한다. 신생 랩에 첫 기수 혹은 두 번째 기수로 입학할 경우 물적 인프라가 거의 구축이 되어있지 않다고 보면 되고, 그 인프라 구축은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수님께서 '우리 연구에 A 장비가 필요할테니 업체 세 군데 정도 연락해서 견적서 받고 스펙 비교해서 알려달라'고 하면, 당신은 A 장비를 생산 및 판매하는 업체 세 군데에 연락하여 견적서를 받아 비교를 하고 교수님 검토 후에 발주 및 설치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연구에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책상, 의자, 컴퓨터 등도 당신이 구매하여 배치해야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연구가 가능한 환경이 되기까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리곤 하니 학위 기간이 2년인 석사로 졸업하고 싶다면 신생 랩은 피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인적 인프라는 연구실의 규칙을 만들고 장비 사용 매뉴얼, 실험 방법 등 노하우를 기록 및 전수하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점이다. 신생 랩의 초기 기수라면 연구실에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연구실의 규칙을 세워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구 경험이 없는 자들끼리 연구실의 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초기 몇 년 동안은 규칙이 계속 바뀌면서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연구실에 연구 경험이 있는 선배가 없다면 기본적인 실험 방법과 장비 사용 매뉴얼 등을 직접 검색하거나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배워야 한다. 보통 연구실이 막 생겼을 때 교수님들 간의 도움으로 지도교수님과 비슷한 분야의 연구실 선배가 기초적인 실험 방법 정도는 알려주기는 하나 연구실 내 사수가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여쭤보기는 어렵다. 지도교수가 실험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긴 하겠지만 연구실 내 사수가 있어 장비 사용 매뉴얼부터 실험 방법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니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다.

 

출처: 네이버 웹툰 <대학원 탈출일지> 5화-컨택(2)

 

간혹 신임 교수님들은 젊은 분들이시니 나이 든 교수님들보다 오픈 마인드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젊은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꼰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똑같은 신생 랩이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연구실도 있고, 9 to 9 연구실도 있다. 중요한 건 나이보다는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와 연구 능력이다. 신생 랩의 경우 연구비를 따오기 위해 각종 과제에 지원하다가 과제를 해낼 수 있는 인원에 비해 과제 규모가 커지는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과제를 수행해내고 연구 실적을 내는 건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또한 신임 교수님들은 연구 실적이 테뉴어(정교수)를 따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 능력 이상의 연구 성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본인의 연구를 잘 해내도록 적절한 연구 지도와 압박을 주는 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양의 과제를 얹어주며 지나친 성과 압박을 준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이 문제는 신생 랩이더라도 지도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 부분이다.

 

2) 신생 랩의 장점

위에서 신생 랩의 많은 단점들을 먼저 소개했지만, 막상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으로 소개했던 부분들이 장점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졸업 후 교수나 정출연에서 연구실을 세팅해야 하는 경우 랩 세팅했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실험 방법을 스스로찾아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연구실 선배로부터 'A 실험은 이렇게 하면 된다'고 배우면 A 실험은 어떤 원리인지, 왜 하는 건지, 왜 이런 procedure로 진행하는 건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실험 방법을 찾으며 시행착오를 겪으면 그 실험이 어떤 원리여서 왜 이러한 process로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보다 깊게 배울 수 있다. 

 

만약 연구실 첫 기수나 두 번째 기수 등 초반에 입학한다면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연구 지도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교수님께서 신경써야 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연구 실적은 교수님들께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초기 학생들을 잘 지도하여 후배들을 잘 가르쳐주도록 하는 게 지도교수에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 실적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진로 현황도 연구실의 실적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구실 초기 입학생들의 경우 크게 지도교수와 트러블이 있지 않은 이상 졸업할 때 취업이나 포닥 등 진로 방향에 대해 보다 많은 조언과 도움(추천서 등)을 받을 수 있다.

 

신생 랩의 장점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비교적 수평적인 분위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래 된 연구실의 경우 연구실 내 구성원끼리 연차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그동안 쌓여온 연구실 규칙과 분위기가 있어 다소 수직적인 분위기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것도 랩바랩이기 때문에 항상 신생 랩은 수평적인 분위기고, 오래된 연구실은 수직적인 분위기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위 내용들의 장단점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장점 단점
1. 랩 세팅 경험, 시행착오 경험이 연구적으로 의미 없는 경험이 아님.
2.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연구 지도와 도움을 받을 수 있음.
3. 비교적 수평적인 분위기일 가능성이 높음.
1. 랩 세팅에 시간이 다소 소요 됨.
2. 연구실 규칙 만들기, 실험 세팅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이 다소 소요됨.
3. 지나친 과제를 수행해야 하거나 성과 압박을 받을 수 있음.

 

신생 랩이든 오래된 연구실이든 모두 장단점이 있다. 중요한 건 연구실이 언제 생겼느냐가 아니라 지도교수님께서 열정과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며 연구 지도를 해주시고, 연구실 분위기도 좋은지다. 모든 점이 완벽한 연구실은 아마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없을 확률이 크지만 그래도 좋은 연구실을 찾아서 모두가 불행하지 않은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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