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대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재학

공대입졸 | 재학-7. 대학원 연구 주제 정하기, 논문의 큰 틀 잡기

라브 (LAB) 2022. 7. 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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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도교수가 세세한 연구 주제를 주는 연구실과 지도교수의 연구 분야에 맞춰 세부적인 연구 주제를 스스로 잡아야 하는 연구실. 전자인 연구실에 다닌다면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은 후자인 연구실에 다니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글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잡아야 한다면 연구실 선배들의 카피캣, 후발주자로 남거나 지도교수의 연구 분야와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도교수가 큰 피드백을 줄 수 없는 연구 주제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좋은 연구 주제를 찾는 팁

좋은 연구 주제를 찾는 팁은 [연구실 입학을 고려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연구 구체화하기] 글에서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다만 연구실 입학 전에 찾은 연구 주제와 실제 입학한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 주제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불균일 촉매에 관한 연구를 하고 관련 연구실을 찾아본 결과, 최근 n년 동안 연료전지 관련 불균일 촉매에 대한 논문을 낸 연구실을 찾아 입학했다고 하자. 이 신입생은 불균일 촉매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여러 이유로 이 학생은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로 불균일 촉매 연구가 국가 혹은 민간 과제와 관련된 연구고, 해당 과제 기간이 종료되었다면 그 연구실에서 더 이상 관련 연구를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로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인원이 이미 많아 교수님께서 다른 분야의 연구 주제를 찾기를 권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구실 입학 전 교수님과의 면담 때 입학 후 ㅇㅇㅇ 관련 연구를 하고 싶은데 해당 연구 주제를 받을 수 있는지 미리 여쭤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과제가 종료되어 해당 분야 연구를 지속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제로 인해 공동연구를 하던 공동연구자들이 다른 주제의 연구를 하길 원하여 어쩔 수 없이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본인이 연구 주제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면 가장 먼저 연구실 선배들의 연구 주제를 보고, 그와 최대한 유사한 연구 주제를 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해당 주제의 연구를 시작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연구실 지도교수 및 선배들에게 실험, 연구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연구를 위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되어있으며 선배들과 차별화된 점을 갖는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 가령 단백질 구조 변형에 관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라고 하자. 연구실에서 주로 A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B에 대한 변형 연구를 해왔다면 신입생은 다른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변형 연구를 하거나 A 질병과 관련된 다른 단백질 C에 대한 변형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예를 들어 해당 연구실에서 암과 관련된 단백질 변형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뜬금없이 알츠하이머에 관한 단백질 변형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면 실험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큰 틀의 연구 분야 내에서 기존에 진행하지 않았던 연구 주제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 주제는 어떻게 찾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연구 분야에 최신 연구 트렌드를 접목하는 것이다. 앞에서 든 예시와 같이 암 관련 단백질 변형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 해당 분야 메이저 저널에서 최근 새롭게 밝혀진 단백질의 암 유발 기전 등을 찾아본다거나 새로운 단백질 변형 기법을 접목할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연구 기법을 적용하는 경우 해당 기법에 관한 검증이 완전히 되지 않았고, 지도교수나 선배들도 해보지 않은 기법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면 좋다.

 

2) 논문의 큰 틀 잡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구 주제를 찾았다면 연구실 선배와 지도교수와 논의를 하여 해당 연구 주제를 진행을 컨펌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실마다 다르겠지만 신입생을 방치하는 연구실은 경우에 따라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연구 주제를 찾느라 고생하곤 하는데, 혼자서 논문에 파묻혀있지 말고 꼭 연구실 사수나 동기들과 연구 주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기 바란다. 홀로 생각했을 때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던 것도 다른 사람들과 논의하다 보면 연구의 허점이 보이거나 해당 연구실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주제임이 보이기 마련이다.

 

 

연구실 선배나 지도교수께 해당 연구 주제에 대해 컨펌을 받기 전 위 네 가지 사항을 스스로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첫 번째로 해당 연구 주제가 최근 연구 트렌드에 맞는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지나치게 연구가 많이 된 분야는 연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학계의 관심을 끄는 주제가 높은 impact factor를 가진 저널에 논문을 낼 수 있다. 두 번째로 해당 연구가 논문으로 작성된다면 논문의 주제는 무엇이 될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암과 관련된 단백질 A의 변형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 A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변형할 것이며, 그러한 변형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연구라는 건 단순히 본인의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학계에 새로운 지식을 알리는 데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다.

 

세 번째로 해당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인프라가 되어있는지, 해당 연구 진행에 필요한 실험들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다시 앞에서 나온 예를 들어 암과 관련된 단백질 변형 연구를 하는 연구실에서 왜 알츠하이머에 관한 단백질 변형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울까? 일단 해당 연구실에는 각종 암 세포나 관련 단백질이 구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동물 실험을 한다면 직접 동물 모델에 종양을 심어 해당 암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연구실에서는 당연히 알츠하이머를 가진 동물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관련된 단백질이나 세포, 시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을 확률도 높다. 이를 극복하고 꼭 해당 주제를 연구하고 싶다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구 주제에 관련된 연구 논문들을 읽어 보고, 필요한 실험들을 꼼꼼히 확인해보고 연구실에 충분한 인프라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본인이 인프라를 구축해나갈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연구 주제가 논문으로 구성된다면, 후속 연구의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생각해보면 좋다. 이는 석박통합과정 또는 박사과정 신입생에게 꼭 필요한 질문인데,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논문 한 편만 게재하고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의 박사 학위 논문이 어떤 주제로 구성될지 생각해보면 좋다.

 


 

물론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한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초기에 생각했던 방향으로의 연구 주제를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최신 연구 트렌드를 확인하고, 본인 연구의 방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면 좋은 논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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