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관심이 있거나 재학 중이라면 '논자시'라는 말을 얼핏 들어봤을 것이다. 논자시는 논문제출자격시험의 줄임말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논문 제출 자격을 얻기 위한 각 대학원 내부 시험이다. 일반적으로 석사와 박사학위의 논자시 방식이 다르며 학부마다 시험 규정이나 구성 또한 다르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충분한 전공 지식을 가지고 있고 학위예정자로서 자격이 있음을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시험이라 생각하면 된다. 말 그대로 전공 관련 문제를 푸는 시험 형태의 논자시도 있고, 본인이 그동안 연구해온 것과 앞으로 연구할 내용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는 발표 형식의 논자시도 있다. 내가 재학중인 학과의 박사 학위 논자시는 심사위원 교수님 세 분 앞에서 20분 내외의 발표 및 10분 간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1) 논문제출자격시험(논자시) 준비 과정
석박통합과정은 박사과정과 동일한 논자시를 거친다. 그래서 나는 석박통합과정 3학기차 즈음부터 논자시를 준비하여 3학기 말 쯤 시험을 보고 통과했다. 논자시를 보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 각자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느냐에 따라 논자시를 보는 타이밍이 달라진다. 나는 3학기가 시작될 쯤부터 내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논문으로 90% 정도 완성이 되었고 지도교수님과 앞으로 후속 연구에 대한 논의도 하던 와중이었던 터라 3학기 말에 논자시를 보고 싶다고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렸다.
1. 연구 주제 논의
논자시에서 발표하는 주제는 내가 현재 논문을 쓰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 학위 전반에 걸쳐 내가 무슨 연구를 해왔고, 하고 있고, 할 것임을 얘기해야 한다. 즉,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를 미리 가닥잡는다 생각하면 된다. 또한 논자시는 지도교수님도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시기 때문에 당연히 논자시를 보고 싶다면 먼저 지도교수님과 논의해야 한다.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학위과정으로 입학하더라도 각자의 연구 진행 상황에 따라 지도교수님께서 학생 별로 논자시 보는 기간을 다르게 잡을 수도 있다.
지도교수님과 논자시에 대해 상의하려면 당연히 본인이 어떤 주제로 앞으로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교수님과 논의를 위한 ppt를 준비한다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서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 자세히 공부하고 연구 설계를 해둔다면 연구 주제에 대한 논의가 한결 무난하게 흘러갈 것이다.
2. 발표 내용 구성 및 ppt 제작
연구 주제와 논자시 응시가 확정되었다면 발표 내용 구성 및 ppt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속한 학과는 응시할 때 전공분야요약 및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a4 용지 4-5장 내외로 본인 전공 분야에 대한 소개(introduction), 진행 상황(research progress), 결론 및 향후 계획(future plan)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여 작성하라는 것이다.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맞다. 논문의 축약본이라 보면 된다. 발표 내용 구성은 전공분야요약 및 계획서와 동일하게 하면 된다.
서론(introduction)에서는 본인의 연구 주제가 어떤 의미가 있고, 이 연구 분야에서의 limitation은 무엇인지, 그래서 본인은 이 연구 분야에서 어떤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 본인 연구 주제가 왜 해당 분야에서 impact가 있는지 설명한다. 심사위원인 교수님들도 폭넓게 보면 해당 분야의 권위자이긴 하나, 당신의 아주 세부적인 연구 주제에 대해서는 당신만큼 잘 알고 있지 못할 것이다. 본인 연구 주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지도교수님보다 더욱 많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연구 진행 상황(research progress)은 논문의 result & discussion section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본인이 해당 연구 주제의 증명을 위해 어떤 실험들을 수행해왔고, 그게 본인 연구 주제를 어떻게 뒷받침해주는지 설명한다.
얼핏 보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말하는 연구 진행 상황이 가장 중요하게 보일 수 있으나, 제일 중요한 건 결론 및 향후 계획이다. 대체로 논자시는 학위 과정 중 초중반에 보기 때문에 논문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볼 수도 있다. 즉, 교수님들께서도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가 많이 없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은 긴 학위 기간 동안 무엇을 해서 본인 연구를 이끌어나갈 것인지 그 계획을 더 중점적으로 보신다. 이를 고려하여 결론 및 향후 계획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실험 결과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앞으로 내가 해야 될 연구와 후속 연구 계획까지 설명한다.
3. 연구실 내 발표 및 피드백 수용
이는 내 지도교수님께서도 매우 강조하시는 내용인데, 연구실 동기 및 선후배 앞에서 예행 발표를 해보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들으라는 것이다. 연구실 동료들은 나의 연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으나 깊게는 알지 못한다. 그들이 당신의 발표를 듣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나 발표에서 거슬리는 부분은 실제 논자시 때 나올 질문과 유사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당신의 연구 주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발표를 했는데 동료들이 당신의 연구 주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동료들이 당신의 발표를 정말 대충 들었거나, 당신의 발표가 비전공자를 이해시키기에 너무 설명이 부족하거나 생략이 많았거나 둘 중 하나다. 따라서 점심이나 커피라도 사주면서 발표 피드백을 부탁하고 발표 내용도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구성하면 좋다. 이 분야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겠지 싶은 내용도 어느 정도 설명을 해줘야 한다.
4. 최종 발표 준비
이제 마지막으로 발표 준비만 남았다. 지금까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발표 ppt를 수정하고, 발표 시간도 체크해본다. 예를 들어 20분 발표라고 한다면 서론 6-7분, 진행상황 6-7분, 결론 및 향후 계획 5분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행연습을 할 때는 대본을 보고 줄줄 읽으면 되니 시간이 남을 수도 있지만, 발표를 하다 보면 내용을 생각해내거나 돌발 상황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으니 예행 연습 때는 1-2분의 여유 시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말이 빨라지는 경우 제외)
ppt 장수도 한 장 당 1-2분 내외 정도로 생각하자. 한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글씨나 내용이 들어있으면 눈과 귀가 피로해진다. 슬라이드의 내용을 최대한 간략하게 줄이고 설명할 핵심 내용만 적는 것이 좋다. 또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설명해야 할 내용을 전부 발표 ppt에 넣지 말고, 질의응답 시간을 고려하여 뒤쪽에 supporting slide로 추가 설명 ppt를 만들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논자시 후기 및 꿀팁
나는 논자시를 교수님과 논의하고 보기까지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논문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가 바빠서 논자시를 더 미루려다가 기간 제한이 있어서 봤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괜찮은 타이밍이었다. 논자시 직후 submission했던 논문이 reject이 되어서 추가 보충 실험을 하고 논문을 다른 저널에 submission했는데, 이때 revision 기간이 내가 논자시 본 다음 시즌 논자시 기간과 겹쳐서 논자시를 미뤘으면 논자시 준비와 revision을 동시에 할 뻔 했기 때문이다.
논자시를 보며 지도교수님 뿐만 아니라 다른 심사위원 교수님들의 질의응답과 피드백을 들었는데, 날카로운 지적도 많았고 그게 내 연구 주제와 앞으로의 학위 과정에 대해 좀 더 고심하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의미없는 압박 면접이 아니라 학위 과정을 지속하기 위해 네가 정말 이 연구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시험을 봤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족한 점이 많아 더 공부하고 더 디테일한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논자시에 대한 꿀팁이 있다면.. 심사위원으로 들어오는 교수님들의 연구 주제와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해두면 좋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으로 들어오시는 교수님의 연구실에선 어떤 연구를 하고, 그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주로 어떤 실험과 기기를 사용하는지 안다면 발표 내용을 구성할 때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할 부분과 간략하게 설명해야 할 부분을 좀 더 나누기 쉬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논자시처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연구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건 연구자로서 매우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가 산으로 갈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함으로써 피드백을 듣고 연구 방향을 바로 잡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논자시를 단순히 학위 과정을 위한 시험이라 생각하여 부담을 가지지 말고, 선배 및 동료 연구자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여 통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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